SH님의 블로그

뇌가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뇌신경과학을 일상 속 공부 이야기와 엮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전하고 싶습니다.

  • 2025. 4. 8.

    by. ShinHwa

    목차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뇌과학적 과정입니다. 이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학습, 반복, 실전 경험을 통해 뇌의 신경회로가 재구성되고 강화됩니다.
      본 내용에서는 제가 실제로 외국어를 배우며 느꼈던 뇌의 변화를 바탕으로, 어학연수 경험, 반복 학습의 효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최신 신경과학 연구 결과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 뇌의 적응과 확장 능력

      신경가소성은 뇌가 새로운 정보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뉴런 간 연결(synaptic connections)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뇌의 유연성을 말합니다. 이는 외국어 학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런던대학교의 Mechelli 등(2004)에 따르면, 제2언어 학습자는 뇌의 회백질(gray matter) 밀도가 증가하며, 언어 능력과 직접 연관된 브로카 영역(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의 연결성이 강화된다고 밝혔습니다.

       

      뇌과학적 측면으로 본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낀 뇌의 변화

       

      뉴런 간 연결 강화 체험

      제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을 때, 문장을 외우는 수준을 넘어서 일상 표현을 영어로 직접 말해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영어 일기를 쓰고, 입으로 말하는 훈련을 반복한 결과, 어떤 문장을 따로 해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때 느낀 인지적 전환이 바로 신경가소성을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 어학연수와 몰입 학습이 뇌에 미치는 영향

      몰입형 언어 학습(Immersive language learning)은 단기간에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Pliatsikas et al.(2019)은 어학연수나 유학을 통해 새로운 언어 환경에 노출된 학습자들이 기억·주의·감정 처리 영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뇌 활성 증가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캐나다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했던 제 경험은 뇌가 어떻게 새로운 언어 환경에 적응하는지를 직접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영어로 주문하거나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버거웠지만, 3개월 차부터는 문장을 듣는 즉시 의미가 직관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한국어에서 영어의 번역 단계를 생략하고, 영어 자체를 인지하는 ‘언어 회로’가 새롭게 형성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반복 학습과 실전 적용의 뇌과학적 근거

      신경가소성은 단기적인 학습보다 지속적 반복과 실전 적용을 통해 강해집니다. 시냅스 가소성 이론에 따르면, 반복된 자극이 특정 신경 경로를 강화하여 장기기억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반복학습을 통한 아웃풋

      매일 아침 30분씩 TED 영어 강연을 듣고, 그 내용을 짧게 요약해 영어로 직접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스터디 그룹에서 주제 토론을 반복하면서 실전 사용 빈도를 높였죠.  처음엔 문장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반복할수록  '자연스럽게 아웃풋'이 되었고,  실제 시냅스 연결 강화가 되는 체험이었습니다.

      Pliatsikas et al.(2019)의 연구에서도, 실제 외국어를 말하거나 쓰는 활동이 단순한 읽기나 듣기보다 더 높은 뇌 활성도를 유도하며, 해마(hippocampus) 및 측두엽 영역이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고 밝혔습니다.

       

       

      4. 성인 학습자의 신경가소성과 전략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이 아니면 외국어를 잘 못 배운다”라고 생각하지만, 성인 뇌도 강력한 신경가소성을 보입니다.
      Kuhl et al.(2020)은 성인이 언어를 배울 때 전두엽(prefrontal cortex)을 더 많이 사용하여, 논리적인 패턴 학습과 규칙 기반 문장 구조 이해에 유리하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성인 되어 제2외국어 언어학습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이가 들어 제2외국어를 배우려다 보니 전처럼 외워서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법 구조와 패턴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자기 말로 바꾸어 말해보는 훈련을 통해 효과적인 진전이 있었습니다.

      성인은 언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규칙을 이해한 후 이를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구에서도 성인이 언어를 배울 때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더 많이 관여한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Kuhl et al., 2020). 이는 성인이 언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5. 감정과 동기부여가 신경가소성에 미치는 영향

      외국어 학습에서 감정과 동기부여는 단순한 분위기 조성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실제로 학습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 성취감, 즐거움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하며, 이는 신경가소성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Shohamy & Adcock, 2010). 도파민은 새로운 정보의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돕고, 기억 형성을 돕는 해마(hippocampus)의 활동을 증가시켜 학습 내용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줍니다.


      언어공부를 위한 동기 부여

      제가 외국어 학습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동기 부여를 유지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된 유튜브 영상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발견하고 나서, ‘이걸 영어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매일 영어 공부를 하게 된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감정적으로 몰입한 콘텐츠를 통해 배우니 단어와 표현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고, 예전보다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정서와 학습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특히 도전 과제를 해결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뇌의 신경 연결성을 강화하고, 학습 동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은 외국어 학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뇌과학적 측면으로 본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낀 뇌의 변화

       

       

       

      외국어 학습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어학연수, 반복 학습, 실전 연습 등의 경험을 통해 신경가소성이 활성화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최신 연구에서도 몰입 학습과 실전 적용이 신경 연결을 강화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뇌는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논리적인 접근 방식과 반복 학습을 통해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으며, 꾸준한 실전 연습이 뇌의 신경망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외국어 학습을 두려워하기보다, 뇌의 가소성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누구나 새로운 언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